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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수치해석/1부 문제

해석 한 번 돌리는 데 왜 하루가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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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 · 읽는 데 8분

만들어보지 않고 아는 법

프라이팬을 새로 설계한다고 하자. 조건은 하나다. 손잡이가 뜨거워지면 안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만들어서 구워보는 것이다. 그런데 손잡이를 1밀리미터 두껍게 하면 어떻게 될까? 재질을 스테인리스에서 페놀수지로 바꾸면? 팬과 손잡이가 만나는 연결부 모양을 조금 다르게 하면? 경우의 수마다 시제품을 새로 만들어 구워봐야 한다면, 제품 하나 내놓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계산을 한다. 열이 금속을 타고 퍼지는 방식은 물리 법칙으로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법칙은 방정식으로 적을 수 있다. 방정식을 풀면 굽지 않고도 손잡이가 몇 도까지 오르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이 수치해석이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만들기 전에 결과를 아는 기술.

그런데 그 방정식은 풀리지 않는다

문제가 하나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x = 3 같은 깔끔한 답이 떨어지는 방정식이 아니다.

열이 퍼지는 현상은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각 지점의 온도는 주변 지점과의 온도 차이에 비례해서 변한다” 같은 관계식이다. 모양이 아주 단순하면 — 예를 들어 무한히 긴 막대 하나라면 — 손으로 풀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프라이팬은 그렇지 않다. 손잡이가 꺾여 있고, 금속과 수지가 맞물려 있고, 바닥면만 불에 닿고, 옆면은 공기와 만나 식는다. 이런 조건이 겹치는 순간 손으로 푸는 길은 막힌다.

그래서 방법을 바꾼다. 정확히 푸는 대신, 잘게 쪼개서 근사한다.

프라이팬을 수만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눈다고 상상해보자. 각 조각은 이웃한 조각과 열을 주고받는다. 아주 짧은 시간 — 이를테면 0.001초 — 동안 각 조각의 온도가 얼마나 변하는지 계산하고, 그 계산을 수만 번 반복한다. 조각을 잘게 나눌수록, 시간 간격을 짧게 할수록 답은 실제에 가까워진다.

대신 계산량이 폭발한다.

하루가 걸리는 이유

숫자로 보면 실감이 난다.

프라이팬을 가로세로높이로 각각 100조각씩 나누면 100만 개의 조각이 된다. 각 조각마다 이웃과의 열 교환을 계산해야 하고, 그걸 시간 단계마다 반복한다. 10분간의 가열을 0.001초 간격으로 따라가려면 60만 번의 시간 단계가 필요하다.

100만 × 60만. 계산 횟수가 조 단위로 올라간다.

물론 요즘 컴퓨터는 빠르다. 하지만 여기에 조건이 하나씩 붙기 시작한다. 재질이 온도에 따라 성질이 변하고, 공기와 닿는 면에서는 대류가 일어나고, 뜨거워진 금속은 미세하게 팽창해서 형상이 바뀐다. 조건이 늘어날수록 한 번의 해석은 몇 시간에서 하루로 늘어난다.

진짜 문제는 계산 시간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알려진 이야기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있다.

설계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첫 해석 결과가 나왔다. 손잡이 온도가 62도. 너무 뜨겁다. 그러면 두께를 바꾸고 다시 돌린다. 이번엔 48도. 괜찮은데 무게가 늘었다. 재질을 바꿔서 다시. 연결부 모양을 바꿔서 또 다시.

실제 제품 개발에서 해석은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 반복된다. 한 번에 하루가 걸린다면, 설계 검토 한 사이클에 몇 달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 반복 비용은 시간만이 아니다. 전문 해석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전문 인력이 따로 필요하다. 그래서 정작 제품을 설계한 사람은 해석을 직접 하지 못한다. 조건을 정리해서 해석 담당자에게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받아보고, 다시 조건을 수정해서 넘긴다.

질문을 던진 사람과 답을 계산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는 “이것도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이 살아남지 못한다. 요청 한 번에 며칠이 걸리는데 누가 사소한 궁금증으로 해석을 부탁하겠는가.

좋은 설계는 대체로 그런 사소한 시도에서 나오는데도.

그래서 우리가 던진 질문

여기서 우리는 조금 무모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걸 휴대폰에서 할 수 있을까?

노트북도 아니고 워크스테이션도 아닌, 주머니 속 기계에서. 설계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문제가 산더미다. 연산 능력도, 메모리도, 배터리도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를 진짜로 붙잡은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물리 문제를 말로 설명한다. “알루미늄 팬인데 손잡이는 플라스틱이고 바닥에서 200도로 가열될 때 손잡이 끝이 몇 도까지 오르는지” — 이렇게. 반면 해석 프로그램은 격자와 경계조건과 물성값이라는 형식으로만 문제를 받는다.

이 간극을 누가 메울 것인가. 지금까지는 사람이었다. 전문가가 말을 형식으로 번역했다.

그 번역을 기계가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다음 편 예고 — 폰으로 해석한다는 무모한 생각. 왜 하필 휴대폰인지, 그리고 그 결정이 왜 기술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처럼 보였는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