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pilot
손안의 수치해석/4부 AI로 넓히기

단계적 확장 로드맵: 검증된 솔버에서 AI 해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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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9 · 읽는 데 9분

순서가 곧 설계다

4부의 마지막 편이다. 여기서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것들을 어떤 순서로 실제로 만들 것인지를 정리한다.

순서를 정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가 나중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결정한다.

우리가 쓴 판단 기준

순서를 정할 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① 검증할 수 있는 것을 먼저. 검증 기반이 없으면 그 위에 얹은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② 그 단계에서 이미 쓸모 있어야.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만 하는 단계는 두지 않는다. 각 단계가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줘야 한다.

③ 다음 단계의 재료를 만드는 것을 먼저. 데이터가 필요한 일은, 데이터를 만드는 일 뒤에 온다.

세 기준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전통 계산이 먼저, AI가 나중.

단계 1: 검증된 좁은 솔버 (현재)

만드는 것 — 열전달, 2차원, 정해진 형상. FDM 기반. DSL과 번역층. 검증 체계.

왜 먼저인가 — 세 기준을 다 만족한다. 20편의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고, 15편에서 봤듯 그 자체로 쓸모가 있고, 25편의 데이터를 쌓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답하는 질문 — “이 설계 방향이 대략 맞는가”

한계 — 19편에 정리한 그대로. 좁고 거칠다.

단계 2: AI 초기 추정 도입

만드는 것 — 21편의 두 번째 층위. 반복 계산의 출발점을 모델이 잡아준다.

왜 이 순서인가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기 추정이 나빠도 반복 계산이 옳은 답으로 수렴한다. 느려질 뿐이다.

검증 체계를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 속도를 얻는다. 20편의 모든 검사가 그대로 유효하다.

이게 AI 도입의 첫걸음으로 이상적이다. 실패의 대가가 작으므로 실험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답하는 질문 — “우리 데이터로 학습이 되는가”

단계 3: 물리 범위 확장

만드는 것 — 기초 구조해석 추가. 응력과 변형.

왜 AI보다 먼저인가 —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만 다루는 도구는 용도가 제한된다. 그리고 9편에서 DSL의 다섯 칸 구조를 만들어 뒀으므로, 새 물리를 추가하는 것이 언어를 다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17편의 FEM 도입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응력 집중을 다루려면 국소적으로 촘촘한 격자가 필요하다.

한계 — 구조해석은 열보다 기본값 정하기가 어렵다. 하중 조건이 문제마다 다르고 상식으로 채우기 힘들다. 9편의 기준(기본값이 정해지는 것만 다룬다)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단계 4: FNO 도입 (탐색 전용)

만드는 것 — 24편의 구조. 탐색 단계에서 예측, 결정 시점에 전통 계산으로 확인.

왜 이렇게 늦은가 —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에 (조건, 답) 짝이 대량으로 필요하고, 어떤 조건 범위를 학습할지는 실사용 데이터가 알려준다.

검증 기반이 필요하다. 26편의 대조 구조가 성립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전통 솔버가 있어야 한다. 그게 단계 1의 결과물이다.

위험이 크다. 24편에서 정리한 대로 검증 체계가 흔들린다. 앞 단계들이 안정된 뒤에 도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얻는 것 — 응답 속도, 그리고 폰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 크기의 확대.

단계 5: 3차원과 과도 해석

만드는 것 — 19편에서 포기한 것들의 회복.

왜 마지막인가 — 계산량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4편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무거운 3차원 계산을 폰에서만 하는 것은 어렵다. 서버와 나누는 혼합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4편에서 서버 계산을 피한 이유가 있었다. 비용이 사용량에 비례해서 늘고, 그러면 “부담 없이 열 번 시도”라는 목표가 무너진다.

그래서 이 단계는 사업 모델의 문제가 된다. 기술 문제만이 아니다. 무거운 계산은 유료 층에서 제공하고, 가벼운 계산은 무제한 무료로 유지하는 식의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순서를 표로

단계 내용 선행 조건 위험
1 검증된 좁은 솔버 낮음
2 AI 초기 추정 데이터 소량 매우 낮음
3 물리 범위 확장 DSL 구조 중간 (기본값 문제)
4 FNO 탐색 데이터 대량 + 검증 기반 높음
5 3D·과도 계산 자원 높음 (비용 구조)

이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위험이 낮은 것부터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정렬한 것이다.

이 로드맵의 취약점

정직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단계 3과 4의 순서가 확실하지 않다. 사용자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열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쓸모 있다면 속도(단계 4)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단계 1의 사용자 확보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단계 2 이후가 전부 막힌다. 그리고 좁고 거친 도구로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

이건 25편에서 말한 순환의 전제 조건 문제다. 도구가 먼저 쓸모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로드맵 전체가 종이 위에 남는다.

FNO의 실제 성능이 미지수다. 문헌의 결과는 대개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것이다. 우리처럼 물성이 섞이고 형상이 다양한 문제에서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4부를 정리하며

일곱 편에 걸쳐 AI 결합을 다뤘다. 정리하면 이렇다.

AI가 대체하려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반복 사용 방식이 그 기회를 만들었다.

푸리에 변환이 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좌표계를 제공한다. 얽힘이 풀린 공간에서 관계를 배우는 것이 훨씬 쉽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예측된 답을 어떻게 검사하고, 무엇을 약속하지 않을지 정하는 일.

이 세 줄이 4부의 요지다. 그리고 셋 중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5부에서는 이 기술들이 실제 제품에서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한다.


다음 편 예고 — Numpilot 해부. 5부의 시작. 앱의 각 부분이 이 연재의 어느 이야기에 대응하는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