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푸리에인가
200년 전의 발상
19세기 초, 푸리에는 열이 퍼지는 현상을 연구하다 하나의 주장을 내놓았다.
아무리 복잡한 모양도, 단순한 파동 여러 개를 합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당시 수학자들은 이 주장을 의심했다. 지금은 물리·공학·신호처리·영상·음향 전반의 기본 도구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발상이 열 문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 열전달을 다루면서 다시 푸리에로 돌아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 파동으로 쪼개면 편해지나
핵심 이점을 이해하려면, 미분방정식이 왜 어려운지 다시 봐야 한다.
14편에서 봤듯 열전달 방정식은 “각 점이 이웃과 얼마나 다른가”를 다룬다. 모든 점이 모든 이웃과 얽혀 있다. 그래서 한 점만 따로 풀 수 없고, 전체를 한꺼번에 다뤄야 한다.
여기서 파동의 특별한 성질이 등장한다.
파동은 미분해도 파동이다.
부드럽게 왕복하는 파동을 미분하면 또 다른 파동이 나온다.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다만 크기가 파동의 빠르기에 비례해서 달라진다.
이 성질이 무엇을 뜻하는가. 미분이라는 복잡한 연산이, 파동의 세계에서는 단순한 곱셈이 된다.
그러면 미분방정식이 이렇게 변한다.
- 원래 세계 — 모든 점이 얽힌 미분방정식
- 파동 세계 — 각 파동 성분마다 독립적인 곱셈 관계
얽힘이 풀린다. 각 성분을 따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이게 푸리에가 열 문제를 풀 때 발견한 것이고, 지금도 같은 이유로 쓰인다.
열 문제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
구체적으로 보자. 판 안의 온도 분포를 파동 성분으로 쪼갰다고 하자.
- 완만한 성분 — 판 전체에 걸친 큰 온도 차이
- 중간 성분 — 부분적인 온도 변화
- 급한 성분 — 아주 국소적인 요철
시간이 지나면 각 성분은 어떻게 되는가. 열전달 방정식에 따르면 급한 성분이 먼저 사라진다. 그리고 완만한 성분은 오래 남는다.
이건 직관과도 맞는다. 뜨거운 점 하나를 찍어두면 금방 퍼져서 뭉개진다. 반면 판의 왼쪽과 오른쪽 사이의 큰 온도 차이는 오래 유지된다.
푸리에의 세계에서는 이 현상이 아주 단순하게 표현된다. 각 성분이 자기 빠르기에 비례하는 속도로 줄어든다. 성분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으므로 각각 독립적으로 계산된다.
전통적인 격자 계산이 수천 번 반복해야 하는 일을, 이 관점에서는 각 성분에 곱셈 한 번씩으로 처리한다.
그러면 왜 이걸로 다 안 하나
여기까지 들으면 격자 계산이 필요 없어 보인다. 실제로 단순한 경우에는 그렇다. 사각형 판, 균일한 재질, 단순한 경계조건이라면 푸리에 방법이 훨씬 빠르다.
문제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이다.
형상이 규칙적이어야 한다. 푸리에 분해는 규칙적인 영역에서 깔끔하게 작동한다. 복잡한 형상에서는 적절한 파동 성분을 정의하기 어렵다.
재질이 균일해야 한다. 우리 프라이팬 문제에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 물성이 위치마다 다르면 성분 간 독립성이 깨진다. 성분들이 서로 얽힌다.
경계조건이 단순해야 한다. 실제 문제의 다양한 경계조건은 이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
즉 푸리에 방법은 이상적인 조건에서 아주 강력하고, 현실적인 조건에서 무력해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격자 기반 방법이 주류가 되었다.
그런데 AI와 만나면 달라진다
여기서 최근의 전환이 일어난다.
핵심 아이디어: 푸리에 세계에서 “어떻게 곱해야 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유도하지 않고, 데이터로 배우게 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풀어보자.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각 성분에 곱해야 할 값이 수식으로 정해진다. 성분의 빠르기와 재료의 성질에서 나온다.
현실적인 조건에서는 그 값을 유도할 수 없다. 물성이 섞여 있고 형상이 복잡해서 깔끔한 수식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유도하지 말고 학습하면 된다.
전통 솔버로 계산한 (조건, 답) 짝을 잔뜩 만든다. 그 짝들을 푸리에 세계로 옮겨서, “이 성분이 저 성분으로 변하려면 무엇을 곱해야 하는가”를 데이터에서 찾아낸다.
수학이 못 준 것을 데이터가 준다. 그리고 푸리에 변환이 제공한 것은 얽힘이 풀린 좋은 좌표계다. 학습이 훨씬 쉬운 공간.
이게 왜 결정적인가
여기서 22편의 문제가 해결된다.
PINN의 치명적인 약점은 조건이 바뀌면 다시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건 하나에 모델 하나가 대응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푸리에 방식은 다르다. 학습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 변환 규칙이다.
- PINN — “이 조건에서의 온도 분포”를 배운다
- 푸리에 방식 — “조건이 주어지면 답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후자는 한 번 배우면 여러 조건에 적용된다. 재학습이 필요 없다.
이게 우리 목적 — 조건을 바꿔가며 열 번 시도 — 에 정확히 맞는다.
두 프로젝트가 만나는 자리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같은 팀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 도로의 진동 신호에서 지반 이상을 찾는 일이다. 그쪽에서도 푸리에 변환이 핵심 도구로 쓰인다.
용도는 전혀 다르다. 이쪽은 물리 현상을 성분으로 쪼개서 계산을 빠르게 하고, 그쪽은 측정 신호를 성분으로 쪼개서 정보를 찾아낸다.
그런데 밑에 깔린 발상은 하나다.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들의 합으로 보면 다루기 쉬워진다.
이 공통점이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푸리에 변환이 그만큼 근본적인 도구라는 뜻이다. 물리를 계산할 때도, 신호를 읽을 때도 같은 관점이 통한다.
다음 편에서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방법을 다룬다. 이름은 FNO다.
다음 편 예고 — FNO: 답이 아니라 연산자를 배운다. 조건에서 답으로 가는 “관계 자체”를 학습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그 대가는 무엇인지.